한밤중 포도나무에 찾아온 라쿤 | 고양이가 알려준 뜻밖의 밤손님
자정이 훌쩍 지난 깊은 밤,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. 평소와 다르게 데크를 열어 달라는 듯 계속 야옹거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습니다.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포도나무에서 뜻밖의 손님들을 만났습니다. 고양이가 알려 준 한밤중의 방문객 잠결에 아래층으로 내려와 밖의 불을 켰습니다. 불빛이 마당을 비추자 포도나무 주변에 있던 라쿤 세 마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. 한밤중 우리 집 포도를 먹으러 찾아온 모양이었습니다. 갑자기 불이 켜졌으니 모두 달아날 줄 알았는데, 라쿤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. 한 마리는 포도를 먹다가 들켰는데도 바로 도망가지 않고 포도나무에 그대로 앉아 있었습니다. 또 한 마리는 어느새 계단 아래로 내려가 있었고, 나머지 한 마리는 데크 쪽에 머물러 있었습니다. 어두운 밤이라 주변이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, 불빛 속에 드러난 라쿤의 모습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. 포도나무에 가만히 앉아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에서는 들킨 사람보다 오히려 지켜보는 제가 더 당황한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. 포도나무에서 마주한 뜻밖의 순간 집 주변에서 야생동물을 보게 되는 일이 아주 낯선 것은 아니지만, 이렇게 한밤중 포도나무에 올라 포도를 먹는 라쿤 세 마리를 한꺼번에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. 공원이나 산책길에서 멀리 바라본 동물과 달리, 우리 집 마당에서 마주하니 느낌이 훨씬 가까웠습니다. 라쿤들이 놀라지 않도록 큰 소리를 내거나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았습니다. 그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잠시 모습을 살펴보며 사진과 영상을 남겼습니다. 귀여워 보이기도 했지만 야생동물인 만큼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돌이켜 보면 가장 먼저 이 낯선 방문을 알아챈 것은 우리 집 고양이였습니다. 고양이가 한밤중에 계속 울지 않았다면 라쿤들이 다녀간 사실도 모른 채 아침을 맞았을 것입니다. 평소와 다른 울음에는 역시 이유가 있었던 셈입니다. 짧았지만 오래 기억될 밤 라쿤들이 찾아온 시간은 늦은 밤이었고 만남도 길지 ...